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e허용성 규제시대`의 개막

임종인 고려대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장
 
소송 당사자들에게 디지털 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 e디스커버리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일상적 업무 환경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 특허분쟁 사례에서처럼 디지털 증거가 훼손되거나 적시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발생 가능한 비용 손실, 불리한 판결 및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훼손도 기업들이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심각한 리스크 요소가 되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e디스커버리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리스크 감소와 소송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전자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들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있었던 `Lorraine v. Markel American Insurance' 사건은 e디스커버리 규제 시대에서 e허용성(E-Admissibility) 규제 시대로의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판례로 기업들의 e디스커버리 대응전략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폴 그림 판사는 101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이메일을 포함한 웹사이트 게시글, 디지털 사진 등 다양한 유형의 전자정보들이 법적 증거로 허용될(admissible)수 있는 조건들을 조목조목 상세히 적고 있다. 이 판결문은 전자정보들이 일정한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전자정보가 위ㆍ변조되지 않았다는 원본성(Authenticity)등을 당사자가 직접 증명함으로써 법적 증거로서 인정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ㆍ변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단순 가능성만으로는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1997년 Whitaker 사건 판결 이후 지금까지 전자정보들은 대부분 법적 증거로서 인정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디지털 증거에 대한 위ㆍ변조가 증가하면서 전자저장정보가 위ㆍ변조가 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e허용성 시대에는 소송관련 전자정보들이 적절히 관리되더라도 법적 증거로 허용되지 못하면 결국 e디스커버리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 되므로 전자정보에 법적 증거 허용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지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기업의 위험관리 수준과 소송에서의 경쟁력을 나타내게 된다. 기업들은 이제 전자정보들의 원본성을 증명하지 못해서 법적 증거로 인정받는데 실패할 리스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자정보에 대한 위ㆍ변조가 증가하고 증거의 신뢰성에 대한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뢰성 높은 법적 증거로서의 가치는 정보들을 가만히 저장해놓는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교화된 디지털 포렌식 기술 도입과 적극적인 허용성 증명을 위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활용과 같은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획득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5년여 전부터 전자정보의 법적 증거 허용성을 제공해줄 기반 기술로 전자서명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 전자서명과 공인인증서 기술은 본인 인증 및 문서 위ㆍ변조 방지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법적 증거 허용성을 만족시킨다. 한국은 현재 공인인증서 사용자가 15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공인인증서 사용국이므로 오히려 미국보다 더 좋은 신뢰 인프라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소송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법적 증거 허용성을 높임으로써 국내 기업의 리스크 감소와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 금감위는 자통법 보완사항을 발표하면서 설명의무이행확인 방법으로 전자서명을 추가했다. 이는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설명의무이행 확인 방법으로 수기서명뿐만 아니라 전자서명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인증서가 포함된 전자계약서가 해당 전자계약이 적법하게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법적 증거로서의 허용성을 갖추게 되었으며, 인증서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e허용성 규제 시대를 대비하여 적법한 전자증거수집절차 및 전자정보의 법적 증거 허용성 조건들을 법제화하고 공인인증체계를 둘러싼 정부부처들과 개별법들간의 혼선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인 신뢰 기반 형성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신뢰 기술로서 디지털 포렌식과 공인인증 기반기술의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국내의 발전된 공인인증서시스템을 이용한 법적 증거 허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계약당사자간 신뢰 구축을 통한 건전한 정보경제의 발전과 신용정보사회의 확립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디지털타임즈 20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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