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중국에서 상표권 사전 보호가 절실한 이유

자료출처 : http://weeklytrade.co.kr/m/content/view.html?&section=1&no=12204&category=136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이 된 중국이 한국과 가장 가깝다는 점은 분명 한국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중국은 ‘기회의 땅’인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난의 땅’이기도 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아직 정식 발효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한국 기업이 중국 수출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지적재산권이 그것이다. 지재권 부분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도 세부적으로 들어가 지재권 침해를 어떻게 방지하고 침해를 당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문제점을 모르는 기업이 적지 않다.

지재권 관련 분쟁에서도 기업이 가장 잘 체감하면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상표권 분야인데 한-중 간 투자와 무역 관련 법률문제를 10년간 연구하고 수백 개 기업에 투자자문을 해온 경험에 근거해 중국에서의 상표권 보호에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 상표권 등록의 중요성

일부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일정 기간 판매를 해보고 매출이 안정적으로 늘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 그때 상표 등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상표가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전에 타인에 의해 먼저 등록되면서 자기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상표를 먼저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해당 상표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며 타인에 의해 먼저 등록된 경우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울인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필자가 한국 로펌에서 근무할 당시 인지도가 높은 음식점 체인이 자문을 구해왔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사 상표가 이미 현지에 등록된 사실을 알고 상표를 되찾을 방법을 물어온 것이다. 그 기업은 자사 상표가 유명 상표이기 때문에 중국에 등록하지 않았어도 저명 상표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상표법을 제정하고 있는 국가는 일반적으로 저명 상표 보호를 중시하며 해당 저명 상표가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보호한다. 만약 저명 상표의 기존 권리자가 아닌 제3자가 악의로 먼저 등록할 경우 기존 권리자는 이를 취소해줄 것을 관리당국에 요청할 수 있다.

중국도 물론 저명 상표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 법상 저명 상표 규정은 한국과 다른 특수한 부분이 있으며 이런 특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법상 저명 상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먼저 저명 상표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유명한 상표여야 한다.

중국에서 저명 상표 여부를 판단하는 지역적인 기준은 자국에서 유명한지 여부다. 즉 외국에서 유명하더라도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거나 중국에서 인지도가 낮다면 저명 상표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앞서의 사례에서 한국의 음식점 체인이 사용하는 상표는 한국에서는 저명 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고 중국인들이 잘 모르기에 현지에서 인정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중국 상표법상 저명 상표 보호 관련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다.

다음으로 관계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상표여야 한다.

저명 상표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그 상표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지 여부이다. 다만 일반 대중 대다수가 그 상표를 알고 있을 필요는 없고 해당 상표가 적용되는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 제조사 또는 서비스 제공자, 유통영역에서의 판매자 또는 관련자들이 그 상표를 널리 알고 있다면 ‘관련 인원들이 널리 알고 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준에서 볼 때 한국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그들에 의해 인지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며 한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하더라도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명 상표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즉 중국에서 상표 등록을 해두지 않고 있다가 타인에 의해 선 등록을 당하게 되면 결국 보호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또한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양국 간의 인적교류와 문화교류도 빈번한 상황에서 한국에 자주 드나드는 중국인이나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한국의 유명 상표들을 모를 리 없다. 한국의 윺명 상표들이 중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현지에서 선 등록당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한국 기업은 중국 직접 진출이 아닌 수출만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상표 등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한국의 한 스포츠 제품 회사의 상표는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게 취급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중국의 제조공장과 제휴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고 중국에 진출할 계획도 없어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일한 유형의 스포츠 제품을 취급하는 미국 업체가 한국 업체와 거의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는 가운데 그 업체가 중국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상표를 중국에 등록했다. 이후 한국 업체가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제작해 화물이 중국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국 회사는 ‘한국 업체가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통관을 막아줄 것을 중국 세관에 요청했다.

이에 중국 세관은 ‘미국 회사가 중국에 상표를 등록했기에 중국에서 해당 상표의 권리자는 미국 회사이며 한국 회사 제품은 미국 회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통관을 불허하고 해당 제품을 전부 압류했다. 결국 한국 업체는 막중한 손실이 발생했으나 중국에서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제품을 출시하려는 기업은 우선 상표부터 등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유명 상표를 보유한 기업이 당분간 중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더라도 나중에 진출할 것을 염두에 두고 또는 중국에서 법률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중국에 상표를 등록해두는 것이 좋다.

◇ 상표가 침해당했을 경우의 대처방안

중국 시장의 특성상 상표를 등록했더라도 방심은 금물인데 등록한 상표도 침해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는데 인지도가 조금 높아질 기미만 보이면 금방 짝퉁 제품이 나타난다. 우리 기업이 등록한 상표와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구분이 되는 상표는 그나마 양반이다. 똑같은 상표나 얼핏 보기에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사한 상표로 버젓이 시장에 나오는 짝퉁 제품도 허다하다.

이런 짝퉁들과 전쟁을 하느라 눈물겨운 노력을 펼친 끝에 상대방이 상표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아도 민사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단 기업이 입은 손실을 산정해야 하는데 손실 산정방식, 구체적인 증거 등을 입증하기가 힘들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턱없이 낮다. 때문에 많은 기업이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정도가 아니면 그냥 덮고 넘어가곤 한다.

실무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현지의 공상행정 관리당국에 신고해 단속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공상행정 관리당국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표권 침해 제품의 출처를 조사해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조사업무를 직접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에는 전문적으로 상표권 침해를 조사해주는 업체가 있으며 이들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표권 침해 제품의 생산공장, 생산량, 판매방식 및 판매 네트워크 등을 모두 조사해준다. 고객이 의뢰할 경우 제품 포장지(상표권 침해가 주로 포장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를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알아봐준다.

물론 조사범위가 넓을수록 비용도 올라간다. 하지만 기업이 직접 조사하기 어렵고 직접 조사를 하더라도 그에 따른 시간, 인력과 물질에 비하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게 크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조사업체에 의뢰하면 또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현지의 공상행정 관리당국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라 현지 당국에 행정단속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조사업체들의 도움을 받으면 일이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

공상국의 행정단속이 진행될 경우 업체를 급습해 제조설비를 전부 봉인하고 그동안 제조된 불법 제품의 양을 점검한 후 전부 몰수하는 한편 생산업체에게는 행정 과태료 처벌이 내려진다. 공상행정 관리당국은 이렇게 몰수한 제품들을 일정 기간에 한 번씩 집중 소각하고 있다.

실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민사소송을 하기보다 이런 조사와 행정단속을 통해 불법 제품의 생산지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뿌리를 뽑는 게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다. 만약 행정단속 결과 불법 제품의 양이 비교적 많다고 확인될 경우 단속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에 근거해 추가로 형사고발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불법 제품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그냥 덮어두기에는 무리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경찰 조사단계에서 용의자는 보증금을 내고 가석방된다. 그렇게 되면 형사조사가 결국은 흐지부지해져 잘못을 끝까지 추궁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점 역시 중국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 이 원고는 KOTRA의 외부 글로벌 지역 전문가인 최광호 변호사(법무법인 상하이올브라이트)가 작성한 것입니다.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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