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1일 월요일

[투고] 연안 여객선 선박용 블랙박스 의무화 시급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에는 선박용 블랙박스(VDR; Voyage Data Recorder)가 설치되지 않아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으며,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VDR은 선박의 주요부에 센서를 설치해 선박의 위치,속도, 레이더 영상 등을 감지하여 저장장치에 기록하는 장치로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유사한 시스템이다.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면 사고발생12시간 전부터의 기록을 보조기록장치에 따로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히 선박이 침몰한 경우에는 사고원인 규명에 사용되기 때문에 임의조작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신속한 회수를 위해 눈에 잘 띄는 색깔과 역반사 물질로 표면이 덮여 있으며 위치표시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VDR에는 조타실에서 주고 받은 각종 대화와 교신내용 등이 함께 기록되기 때문에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가 운항 중에 조타실에서 주고받은 사소한 내용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세월호가 침몰한 후 해경 등 정부 조사기관은 선장 등을 소환하여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일 침몰한 세월호에 VDR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지금쯤 어떠한 이유로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는데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선장과 항해사가 자신들의 대화내용이 VDR에 기록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였을 것이다.
 
이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대부분 장착된 2011년 법인택시의 교통사고 비율이 2007년에 비해 17.7% 감소한 예에서 단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면 행동을 조심하는 것과 같이 차량용 블랙 박스가 설치되어 있으면 공격적인 운전을 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VDR이 장착되어 있다면 이러한 효과가 선박에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인적, 물적, 환경적인 피해가 수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선박이 침몰하면 사고 원인규명을 위한 증거를 찾아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특히 선장과 항해사에게 불리한 상황인 경우 진술에 의존해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지루한 법정 공방이 있을 것이고 제대로 된 피해 배상이 안될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도 어려울 것이다.
 
VDR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인명안전 협약(SOLAS)과 우리나라 국토해양부에서 고시한 선박설비기준 제108조의7(항해자료기록장치)에 설치근거를 두고 있어,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으로 근해구역 이상을 항행구역으로 하는 여객선과 여객선 이외의 선박도 3,000톤 이상의 선박에는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안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의무가 아니어서 대부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논란이 많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소흘하다. 원인 규명이 선행되어야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수 있고,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 이제 사고 원인 파악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VDR 장착을 의무화 하자. 정부는 선주단체, 검사단체(선급 등) 및 여객선사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국내 연안에서 운행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선박에도 VDR 설치를 확대하고, 선박설비기준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또한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VDR를 수거하는 절차 역시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쌓여있어 선박의 이동이 많아 선박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고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국내 항행 선박에도 VDR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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